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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하던 작은 마을 세화. 투명하도록 맑고 푸른 바다와 달큰한 당근 주산지로만 알려졌지만 지금은 유난히도 젊은 직장인들이 많아졌죠. 작은 시골마을에 무슨 일인가 싶겠지만, 원래 주민이 사용하던 세화리 마을회관을 리모델링해 2021년 주민센터와 카페, 공유오피스, 숙소까지 복합문화공간인 ‘질그랭이 센터’가 완성되었습니다. 이는 세화마을협동조합이 이뤄낸 성과이며, 워케이션은 전국의 직장인 사이에서도 손꼽히는 워케이션 명소가 되었습니다. 꿈에 그리던 바다를 바라보며 업무를 하고, 근무시간 이외에는 마을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는 진정한 워케이션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제주가 추진하는 주민 주도형 워케이션 산업의 성공 모델이 되기 위해 질그랭이 센터는 지속적인 시설 확충과 지역 활성화에 더욱 신경 쓰고 있답니다. "
양군모 질그랭이 센터 마을PD
분산 근무 경험을 통한 제주 매력 알리기, 제주 워케이션 |
제주도는 민간 워케이션, 특히 읍면지역 워케이션과의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생활 인구 유입 및 관련 산업 성장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올해 운영된 워케이션 바우처 사업과 제주 워케이션 팜투어, 판교-서울-싱가포르에 걸친 찾아가는 ‘제주 워케이션 설명회’도 그 연장선상이다. 제주도는 원격근무와 분산 근무 확대로 워케이션 수요가 증가함에 있고 20~30대의 제주도 재방문율이 82.1%로 높은 만큼 워케이션, 청년 빌리지 등 생활 인구 유치 인프라를 구축해 젊은 세대와 기업 유치를 확대할 계획이다.
질그랭이센터 워케이션 오피스를 방문한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세화마을협동조합 부지성 조합장과 제주 워케이션 참여자과 이야기를 나눴다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11월 16일 방문한 세화 질그랭이센터 워케이션 오피스는 지난 9월부터 제주 민간형 워케이션 활성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으며, 2023년 25개 기업의 직원 800여 명이 센터를 이용하는 등 제주 워케이션의 모범 사례다. 세화 질그랭이 센터를 이용하는 대상웰라이프, 현대중공업, 이지스 자산운용 등 워케이션 참가 기업 직원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오영훈 지사는 “제주도는 예전처럼 힐링만 하는 관광을 넘어 워케이션과 같이 일과 힐링을 동시에 하는 새로운 경험 중심적 관광 패러다임의 전환을 주요 전략과제로 삼아 추진하고 있다”며 “제주 워케이션을 통해 다양한 기업의 직원들과 연구 개발자들이 같이 소통하고 협력하는 시스템이 구축되면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강조했다. 참가자 역시 “평소 바쁜 업무로 부서 간 교류가 없었는데 제주 워케이션을 통해 많이 가까워지고 서로의 업무에 대해 이해하고 협력 방안을 찾는 계기가 됐다”며 “청정 제주 바다를 보며 일하다 보니 마음도 차분해져 업무 효율도 더욱 높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른 참가자는 “문화 체험 프로그램이 많이 생기면 제주에 머무르는 시간을 더욱 알차게 보낼 수 있을 것”이라며 “돌아가서도 직원들과 주변 지인들에게 제주 워케이션의 장점을 소개하면서 꼭 참여하라고 적극적으로 홍보하겠다”고 전했다.
경험을 제공하는 워케이션, 함께 성장하는 지역 상권 |
UNWTO 최우수 관광마을에 선정된 세화리와 명패를 들고 있는 양군모 마을PD
질그랭이 워케이션 오피스가 위치한 구좌읍 세화리는 ‘제3회 유엔 세계관광기구(UNWTO) 최우수 관광마을 공모전’에 선정되어 다시 금 주목 받고 있다. UNWTO 최우수 관광마을 선정 공모전은 지속 가능한 지역 관광 개발과 농어촌 지역의 불균형, 인구감소 문제를 관광으로 해결하고자 2021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공모 기준은 농․임․축산업 기반의 인구수(거주자) 1만 5,000명 미만의 마을이 신청할 수 있으며, 문화․자연 자원, 문화자원의 홍보와 보존, 사회․경제․환경적 지속가능성, 관광개발 및 가치 사슬 통합, 거버넌스 및 관광 우선 순위화 등에 대해 심사하고 있다.
구좌읍 세화리는 국내 최대 규모의 마을협동조합인 ‘세화마을협동조합’을 중심으로 지역관광 기반인 질그랭이 거점센터를 구축해 워케이션 숙박, 지역 카페 등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인류무형문화유산인 ‘해녀’, 중요농업 유산 ‘밭담’, 지역 최대 생산품인 ‘당근’을 활용한 관광상품을 지역주민 해설사들이 직접 운영함으로써 관광을 통한 문화유산과 전통문화를 보존·홍보하고 있다.
질그랭이거점센터 워케이션 활성화, 마을 성장의 밑거름 |
일과 휴식을 병행할 수 있는 워케이션을 운영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직원 복지 향상, 직원 삶의 질 개선, 직무 만족도 증대, 재택근무 등 유연한 근무 환경을 제공하면서 혁신과 창조 기업으로서의 이미지 제고에도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제주는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워케이션의 중심지로, 원도심부터 바닷가 마을, 한라산이나 오름 등 자연과 가까운 다양한 환경 중에서 선택의 폭이 넓다. 또한 워케이션을 통해 오피스 소재지인 마을이 함께 성장하는 사례도 주목해야 한다. 구좌읍 세화리에서 운영하는 질그랭이거점센터가 바로 그곳이다. 질그랭이거점센터의 총괄 매니저이자 세화마을협동조합 양군모 마을PD와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Q 전국에서 워케이션 뿐 아니라 상생형 마을 운영 성공 사례로 손꼽히는 질그랭이거점센터입니다. 어떤 계기로 조성되었고, 어떻게 운영되는지 궁금합니다.
제주뿐 아니라 전국 농어촌 등 읍면동 단위 작은 마을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세화리 역시 인구 유출과 공동체의식 약화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자 2019년 세화마을협동조합을 결성했습니다. 농촌중심지 활성화 사업 대상에 선정되어 받은 예산으로 낡은 마을회관 건물을 새로 단장했죠. 총 4층 규모인데, 1층은 세화리사무소로 2층은 카페와 세화뿐 아니라 제주 창작자들의 다양한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소품샵이 있습니다. 3층은 워케이션 오피스인데 원하는 장소에서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는 공간과 세미나실도 제공됩니다. 수도권 기업의 직원들이 내려와 근무도 하고, 서로 교류도 하고, 업무를 마치고 마을 관광도 한답니다. 4층은 세화밖거리라는 숙소도 운영하고 있는데, 객실 수가 적어 경쟁이 치열하답니다.
Q 질그랭이 워케이션을 찾는 이들은 누구고, 어떻게 지내나요?
워케이션은 단순한 휴가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업무를 위한 기본 환경이 우선되어야 하고, 워케이션 기간 동안 생활할 인프라가 필요합니다. 그동안 금융․서비스․유통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국내 기업의 직원들이 최소 3일에서 길게는 일주일간 제주에 머물며 질그랭이거점센터 워케이션 오피스를 업무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아름답기로 유명한 세화 바다가 보일 뿐 아니라 정말 1분이면 바닷물에 발을 담글 수도 있는 위치이고, 가까이 세화 오일장과 센터 주변에 숙소도 다양하게 있어 워케이션 근무지로 손색없습니다.
질그랭이거점센터 3층에 위치한 제주 워케이션 오피스 전경
Q 질그랭이거점센터가 지역 상생 모델로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단순히 아름다운 풍광이 있는 업무시설만으로는 다른 워케이션 장소와 차별점이 없었을 거예요. 질그랭이거점센터가 처음부터 마을협동조합에서 시작된 것처럼 워케이션 역시 마을사업으로 접근했습니다. ‘단순히 공유오피스에서 보낼 며칠이라면 굳이 이곳을 선택할까’, ‘일도 하고 특별한 경험까지 한다면 더 좋지 않을까’ 등 초대 조합원 477명은 마을을 지키고 생기를 불어넣는 새로운 일에 모두 적극적으로 동참했답니다. 워케이션을 위해 세화리를 찾는 이들은 평균 4박 5일을 머물며 식사하고 숙박 등으로 약 50만 원 정도를 지출합니다. 외지 사람들의 방문과 체류가 늘어나면서 한적했던 동네 식당이 북적이고, 생활 인프라가 젊어지고 있답니다. 워케이션 근무 시간이 끝나면 그때야말로 센터가 나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안합니다. 퇴근 후 마을에서 먹고 놀고, 즐기고, 경험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마을 투어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질그랭이거점센터만의 이런 특징이 정주 인구뿐 아니라 생활 인구의 유입으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마을의 활기를 더하고, 작고 조용했던 마을이 전국적으로도 명성을 얻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질그랭이거점센터에서는 진정한 워케이션의 묘미인 퇴근 후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워케이션으로 경험한 제주, 다시 찾는 제주 |
Q 질그랭이거점센터 워케이션 운영의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요?
질그랭이에서 워케이션을 한 직원이 이직해서 새로운 회사에 워케이션을 제안해 다시 오시기도 하고, 본인의 워케이션 근무 기간 이후에 휴가를 내서 친구나 가족과 일 없는 휴가를 즐기는 분들도 많답니다. 워케이션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하고, 좋았던 기억으로 다시 이곳을 찾는 것이야말로 가장 좋은 모델이 아닐까요? 저는 질그랭이거점센터에서 워케이션을 경험한 모든 분이 세화리를 제2의 고향으로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고향은 자주 찾지 못해도, 언제나 생각만으로도 좋고, 시간이 허락된다면 가능한 한 자주 찾는 곳이니까요. 워케이션을 계기로 세화나 제주 작은 마을에 정착하는 것도 좋구요. 이곳은 개인이 아닌 마을협동조합으로 운영되는 만큼 주민 일자리와 공동소득 창출을 목표로 다양한 마을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워케이션 오피스 운영 역시 그 일환이고요. 워케이션 이용자들에게도 호응을 얻고 있는 ‘구좌주민여행사’도 2024년에는 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또한 리모델링을 거쳐 거점센터 주차장 위 루프탑을 확장 중입니다. 겨울을 지나 봄이 되면 또 다른 모습으로 변신할 테니 다시 찾아와 주세요.
진짜 마을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공동체 문화인 세화마을협동조합
워케이션으로 경험하게 된 작은 마을을 다시 찾는 이용객과 언제나 따뜻한 마음으로 외지 방문객을 맞이하는 마을 사람들, 아름다운 제주 바다와 5일마다 북적이는 세화오일장이 지척인 이곳 구좌 질그랭이거점센터 워케이션 오피스는 그래서 오늘도 젊음과 생기로 가득했다. 제주 워케이션의 가장 성공적인 사례 중 하나임이 틀림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