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소개
- Home
- 제주라이프
- 기업소개
“지구의 다채로운 소리 파편을 모으는 ‘사운드스케이프Sound scape’는 그 어떤 퍼즐보다 흥미롭고 가치 있는 일입니다. 우리가 포착한 찰나의 소리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매개가 되어주리라 기대합니다. 슬리핑라이언은 사운드스케이프를 통해 오늘날 사라져가는 제주의 자연을 기록하고, 많은 이에게 전달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이용원 슬리핑라이언 대표
지구의 소리를 채집하는 사람들 |
자연의 소리는 무한하지 않다. 슬리핑라이언이 단순히 ‘소리 좋은 곳’이 아닌 ‘생태 가치가 높은 곳’을 좇는 이유다. 난개발로 소멸해 가는 상황 속 매 순간이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잠 자는 사자’ 즉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사명처럼, 먼 미래에는 전 세계 자연의 모든 소리를 한 번씩 기록하는 것을 꿈꾸며 그 첫 번째 베이스캠프를 제주에 마련했다.
Q. 사운드스케이프의 소개를 부탁합니다.
소리Sound와 풍경Landscape의 합성어로, 다양한 소리를 채집해 하나의 작품으로 편집하는 작업을 합니다. 소리가 풍경을 상상하도록 돕는, ‘청각의 시각화’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하는데 자연의 소리인 ‘지오포니[1]’와 생명체가 내는 소리 ‘바이오포니[2] ’, 마지막으로 대화와 노래 등 사람이 만드는 소리인 ‘엔스로포니[3]’가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슬리핑라이언은 지오포니와 바이오포니를 녹음해 선보이고 있습니다.
[1] 지오포니(Geophony) : 바람이나 파도와 같은 자연 발생 소리를 이르는 말. 지질학을 뜻하는 단어인 '지올로지'와 소리를 뜻하는 단어인 '포니'의 합성어.
[2] 바이오포니(Biophony) : 동물, 새, 곤충과 같은 생물의 소리를 이르는 말.
[3] 엔스로포니(Anthrophony): 사람이 만들어내는 소리. 대화, 비행기, 발자국 소리 등이 포함된다.
Q. 주로 운영하는 사업과 서비스는 어떤 것인가요.
생태 소리를 활용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합니다. 대표적으로 곶자왈을 산책하며 직접 자연의 소리를 녹음하고 들어보는 ‘사운드 워킹’이 있습니다. 수풀 사이로 바람이 오가는 소리, 화산송이 위로 발길이 닿는 소리 등에 귀 기울이며 마음속 잡음을 비워내는 시간이죠. 사운드워킹은 제주뿐 아니라 다양한 지자체와 협력해 만들어가고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울산의 대왕암릉길, 부안의 해뜰마루 정원과 담양 죽녹원 등이 있죠. 오직 그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소리와 지역 특색을 아우르는 현장으로 기획하며, 앞으로도 더 많은 장소에서 선보일 예정입니다. 또 2021년에는 아기의 숙면을 돕는 백색 소음 앱 '베베슬립'을 개발해 출시했습니다. 제주의 자연 소리와 맞춤형 수면 교육 정보 등을 제공하는 앱으로, 우수성을 인정받아 2년 연속 ‘구글 플레이 피쳐드[4]’에 선정되었습니다. 현재 총 176개국에 서비스를 제공 중이고요. 이밖에 사운드스케이프로 모았던 음원을 앨범으로 제작해 '사운드 벙커'라는 웹 페이지에 전시하는 등 소리를 매개로 크고 작은 작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4] 구글이 앱의 완성도와 활용도를 인정해 플레이 스토어 상단에 추천 앱으로 선보이는 것을 말한다.
슬리핑라이언은 생태 소리를 활용해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과 서비스 등을 개발해오고 있다. 2021년 출시한 아기 숙면 지원 앱 '베베슬립'(위)과 사운드스케이프로 모은 음원을 전시하는 웹페이지 '사운드 벙커'.
Q. 과거에는 환경보전협회에서 공직 생활을 했죠. 슬리핑라이언 창업의 어떤 배경이 되었을까요.
당시 환경 교육 업무를 맡았었어요. 주로 말이나 글, 이미지를 활용해 설명했는데, 늘 전달에 한계가 있었고 일정 수준에 머무르는 기분이었죠. 촉각과 청각 등의 다른 감각을 메신저로 활용할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우선 현장에서 직접 경험해보자고 결심했고 곧장 제주행을 택했죠.
Q. 제주를 택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자연을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난 곳이었어요. 바다와 숲은 물론 용암 동굴과 용천수, 오름 등의 화산 지형과 국내에서 가장 높은 한라산까지 있어서 다채로운 소리와 풍경을 한 번에 누릴 수 있는 보물 같은 섬이죠. 또 세계 자연 유산과 생물권 보전 지역 등이 있어 글로벌 인지도 또한 높고요.
사운드 오브 제주, 섬을 경험하는 새로운 방법 |
Q. 사전 답사부터 본격적인 녹음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사운드스케이프 과정이 궁금합니다. 또 장소 선정은 어떤 기준으로 하는지도요.
기획과 사전 답사, 녹음, 편집 등의 과정을 거칩니다. 장소는 가장 우선순위로 개발 중이거나 예정인 지역으로 택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알작지와 우도 등이 있죠. 계절마다 특정 장소를 방문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시기에만 들을 수 있는 철새 울음 소리, 꽃과 열매의 풍경을 만나기 위해서요. 예를 들어 봄에는 무환자나무의 꽃비 내리는 소리를 들으러 금산공원에 가고, 여름에는 섬휘파람새와 긴꼬리딱새의 울음을 담으러 곶자왈에 찾아갑니다. 녹음은 한 번에 끝내지 않고요. 여러 차례, 다양한 시간에 방문해 차곡차곡 수집하는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김상준
Q. 가장 좋아하는 녹음 장소를 소개하자면요.
금오름의 밤과 문도지오름의 새벽을 좋아합니다. 그 시간에 가면 금오름에서는 맹꽁이의 소리를, 문도지오름에서는 새들의 합창을 들을 수 있거든요. 특히 화순곶자왈은 1년에 100회 이상 방문하는 단골 장소입니다. 딱따구리와 벌통, 송이길 등 계절별로 다양한 소리와 풍경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죠. 몇 곳을 꼽았지만, 사실 어느 곳이든 자연의 소리를 녹음하는 건 그 자체로 즐겁고 흥미로운 일입니다. 예컨대 같은 바다라도 곳곳마다 파도 소리가 달라요. 중문은 서핑을 즐길 만큼 높은 파도가 나타나는 곳이라 소리가 크고 긴 반면, 오조리는 내수면이라 소리가 작아서 주변의 새나 곤충 소리까지 함께 담을 수 있습니다.
Q. 사운드스케이프를 비즈니스 모델로 삼은 기업은 국내에선 슬리핑라이언이 유일하죠. 선례가 없다 보니 기반을 잡기까지 어려움도 많았을 것 같아요.
진입 장벽이 높은 편이죠. 하나의 소리를 얻기까지 과정이 꽤 까다롭거든요. 완성도를 위해 한 장소를 수차례 찾아야 하고, 지형과 지리 정보도 꼼꼼히 파악해야 합니다. 같은 자리에서 긴 시간 녹음하기 때문에 체력은 필수고요. 초기에는 사운드스케이프라는 콘텐츠를 모두에게 납득시킬 만한 근거와 설득이 필요했는데, 차츰 업력이 쌓이며 여러 소비자, 기업 등과 관계를 맺을 수 있었고, 이제는 어느 정도 기반을 쌓은 상태죠. 슬리핑라이언의 대표 프로그램 사운드 워킹 참가자 수도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2023년까지는 도내에서만 진행하며 1250명의 참가자를 모았는데요. 올해부터는 다양한 지자체와 협력해 곳곳에서 자연의 소리와 풍경을 경험하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어요. 대표적으로 울산 동구의 대왕암릉, 부안 해뜰마루, 담양 죽녹원 등이 있습니다. 올해 사운드워킹 누적 참가자 수는 약 3천 명을 기록했고, 내년에는 2만 명을 목표로 사업을 확장해 나갈 계획입니다. 또 슬리핑라이언의 사운드스케이프를 세계자연유산축전, 도교육청 전시 등에 활용하고, 기업에게는 소리 관련된 공간 컨설팅을 진행하며, 개인을 대상으로 사운드 워킹 교육을 진행해 현재까지 약 20명의 지도자를 양성했습니다. 이처럼 B2G, B2B, B2C[5] 대상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IP 사업이 점차 활성화됨에 따라 설립 초기에 비해 시장의 규모가 점차 성장하고 있는 것을 실감합니다.
[5] 차례로 기업과 공공기간의 거래, 기업과 기업의 거래, 기업과 소비자의 거래를 의미한다.
Q. 제주도 내 기업과 다양한 협업을 해오고 있죠. 그중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하자면요.
제주의 색을 연구하는 기업 ‘컬러 랩 제주’와 ‘제주 음:색’이라는 NFC 교통 카드를 공동 개발했습니다. 비자림과 거문오름, 용머리해안 등 16곳의 색을 표현했고 휴대전화로 태그하면 해당 장소의 소리를 들어볼 수 있죠. 카페 ‘커피 파인더’의 드립백에도 제주 10곳의 소리를 감상할 수 있는 QR코드를 삽입해두었고요. 도내 호텔과도 다양한 협업을 해왔는데요. 지난 연말에는 JW메리어트의 투숙객을 대상으로 수중에서 자연 멜로디를 들어보는 ‘사운드싱크’를 진행했었습니다. 이밖에도 파르나스 호텔과 라마다 플라자에 사운드 컬러링 엽서와 사운드 워킹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슬리핑라이언과 컬러 랩 제주가 공동으로 개발한 NFC 교통 카드(위)와 컬러링 엽서.
Q. 음원 유통, 사운드 투어 등 슬리핑라이언만의 다채로운 이력을 쌓아왔어요. 앞으로 새롭게 도전해 보고 싶은 콘텐츠나 프로그램이 있다면요.
사운드스케이프를 채집하고 기록하는 전문 기업으로서 전국 각지의 소리를 한 번씩 담아보고 싶습니다. 2030년 무렵에는 제주도 서쪽에 ‘사운드 벙커’라는 오프라인 공간을 구축할 계획인데요. 미래를 위해 생물 다양성을 보존하는 씨앗 은행처럼 자연의 소리를 보관하는 창고가 될 것입니다. 지역은 물론 사람의 소리까지요. 또 이를 위해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각국의 자연유산에 방문해 소리를 채집할 계획이 있습니다. 앞으로도 슬리핑라이언은 사운드스케이프의 시장을 선도해 간다는 마음가짐으로, 자연의 소리에 동조되는 일상을 만들어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