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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국제금융시장 불안에 스와프 재개로 대비" 긍정 평가
"앞으로 국제정치·경제 이슈 분리해야" 지적도
(서울·세종=연합뉴스) 김동호 김수현 기자 = 작년 2월 전면 중단됐던 한·일 통화스와프에 대한 논의가 1년 반 만에 재개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통화스와프 중단 당시 정부는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양호하다며 별다른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등 대외 리스크가 커지는 가운데 금융 안전망을 구축하는 스와프 재개는 바람직한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스와프 중단 당시와 비교해 양국 간 외교관계가 어느 정도 회복됐다는 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 외교관계 악화 속 스와프 중단…美금리인상 '파고' 앞두고 재개
27일 한일 양국은 제7차 한일 재무장관회의에서 양국간 통화스와프 논의를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통화스와프가 실제 체결되는 데는 시간이 몇 개월 걸리지만 논의는 통화스와프를 다시 체결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양국 간 통화스와프가 다시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통화 스와프는 외환위기 등 비상시에 상대국에 자국 통화를 맡기고 상대국 통화나 달러화를 빌려올 수 있는 계약이다.
한국과 일본은 2001년 7월 협정을 체결한 뒤 약 14년간 통화스와프를 유지했다.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외국인 투자자금을 막지 못해 1997년 외환위기를 맞은 한국은 비슷한 상황이 다시 올 가능성에 대비하는 측면이 있고, 일본으로서도 엔화의 국제적 위상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통화 스와프 계약을 유지해왔다.
스와프 규모는 2011년 말 700억달러로 정점을 찍었으나 이후 점차 줄다가 지난해 2월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100억달러마저 중단됐다.
당시 기재부는 "이번 결정에 정치적 요인이 고려되지 않았다", "(양국) 경제상황을 고려할 때 연장을 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지만, 일본 신사참배와 독도 문제 등을 둘러싸고 한일 관계가 악화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이후 금융안전망 강화 차원에서 통화스와프 계약을 다시 맺어야 한다는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회의 직전까지는 통화스와프 재개에 양국이 뜻을 모으기까지 시간이 좀 더 걸리리라는 관측이 많았다. 정부가 지난 25일 공식 브리핑을 통해 "(이번 회의에서) 통화스와프는 의제에 포함돼 있지 않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다만 통화스와프 계약의 중대성, 그간 양국 경제수장의 발언 등을 고려하면 오래전부터 물밑에서 협의를 진행해왔을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도 나온다.
올 1월 취임한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미국 기준금리 인상 등 가능성에 대한 대책으로 "일본과의 통화스와프 재개 등 통화스와프 확대를 생각해볼 만하다"고 언급하면서 가능성을 열어뒀다.
유 부총리는 지난 18일 다시 "요즘 같은 국제경제 상황에서는 한미든 한일이든 통화스와프가 촘촘하게 있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으며, 24일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도 "한국 쪽에서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검토하겠다"고 화답했다.
더욱이 작년 5월에는 2년 반 만에 한일 재무장관회의가 재개되면서 경제수장간 대화 채널이 복원된 데다 최근 양국 간 긴장이 완화된 것도 이날 스와프 논의 재개에 이르는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이날 유 부총리는 "양국 간 경제협력의 상징적 의미를 고려해 오늘 한국이 아소 부총리에게 통화스와프 논의 개시를 제안했고 일본 측이 동의해서 논의가 재개되게 됐다"고 설명했다.
◇ 韓 경제 펀더멘털 견고하지만…안전망 많을수록 좋아
스와프를 중단할 당시 정부는 외환보유액, 경상수지 흑자 규모 등 한국의 경제 기초체력(펀더멘털)이 양호한 만큼, 통화스와프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성이 적다고 판단했었다.
한국은 이미 중국 등 여러 나라와 통화 스와프 계약을 맺고 있는 만큼 한·일간 계약을 중단해도 문제가 없다는 분석도 근거가 됐다.
실제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올 7월 말 현재 3천714억달러에 이르는 만큼 일본과의 통화스와프 여부가 미치는 국내 금융시장에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전망이 많다.
또 한국은 대외 충격에 대한 방어막으로 외환보유액 외에도 치앙마이이니셔티브(CMIM) 체제를 통해 384억달러 인출이 가능한 다자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고 있다.
그러나 통화스와프처럼 위기 상황에 대비한 안전장치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데에는 전문가 대부분이 동의한다.
더욱이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최근 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면서 스와프 재개 논의에 힘이 실렸다.
옐런 의장이 "견고한 고용시장과 미국 경제전망 개선 측면에서 볼 때 연준이 금리를 올리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최근 몇 달간 금리 인상을 위한 여건이 강화됐다"고 언급하면서 연말에 금리 인상이 시작되리라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때문에 금리 인상에 따른 달러 강세가 예상되는 만큼 급격한 외화유출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에서 한일 간 통화스와프 재개가 바람직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 전문가 "정치·경제 이슈 분리해야"…"한중일 경제협력 강화 필요"
전문가들은 대체로 한일 간 통화스와프 재개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일 통화스와프 재개는 바람직한 방향"이라면서 "미국 금리 인상 이슈로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해지는 때인 만큼 스와프 재개로 대비하는 것이 좋다"고 분석했다.
성 교수는 "다른 나라와의 스와프 계약은 상징적인 측면이 많지만, 국제시장 영향력이 큰 엔화와 스와프가 가능하다는 것은 실질적으로 원화의 통화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며 "양국 모두에 상호 호혜적인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도 "경제협력 강화 측면에서 한일 스와프 재개는 당연하고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스와프 체결과 같은 경제적 사안이 정치·외교적인 문제로 영향을 받아서는 안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성 교수는 "경제적인 이슈를 정치적인 이슈로 연결해 감정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일 통화스와프 재개로 한중 관계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는 "한일 통화스와프는 중국에 경제적 측면으로 위해를 가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최근 중국과 정치·안보적인 갈등이 있지만, 앞으로도 경제적인 사안은 최대한 분리해 나가는 것이 좋다"고 제언했다.
스와프 재개가 일본 수산물 수입 재개로 연결될 수 있다는 일각에 관측에 대해서는 "스와프 체결은 국제금융 파트에서 양국에 이익인 만큼 무역 이슈를 연계시킬 필요가 없다. 이는 별도의 상호 이해관계 속에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오 교수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올 연말쯤부터 시작되리라는 전망이 나오는데, 앞으로 대외 리스크가 굉장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한중일 양국이 각자도생 식으로 가서는 안된다. 금융뿐만 아니라 거시경제 정책 차원에서도 좀 더 실질적인 협력·조정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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