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세계 반도체 시장 불황의 영향으로 상반기에는 한국 반도체 수출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감산을 결정하고 공급을 줄이기 시작한 이후, 메모리반도체 단가가 안정되었고 하반기부터 수출이 회복되었다. 이러한 기조가 이어져 올해 1월부터 한국 반도체 수출은 매월 100억 규모를 넘나들며, 8월까지 누적 수출액은 888억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역대 최고 기록인 2022년의 910억 달러에 근접한 수치로 연간 수출액이 최고치를 경신할 가능성도 아주 큰 상황이다. 현재 수출 실적만으로 보면 한국 반도체 경기는 호황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림 1. 최근 한국 반도체 수출 추이
* 자료 : 한국무역협회(2024)
세계 반도체 수요시장 발전과 한국의 반도체산업
반도체가 개발된 이후 세계 반도체 시장은 약간의 굴곡이 있었지만, 지속해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반도체가 사용되는 기기의 종류가 늘어나고 사용되는 반도체 용량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폭발적으로 반도체 수요를 늘린 계기는 1980년대 PC, 2000년대 후반 스마트폰의 등장 그리고 2010년대 중반 데이터 센터용 서버 확대가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반도체 시장을 견인하는 AI가 그 바통을 이어받았다. AI 기술 자체가 새로운 개념은 아니지만, 지난해 말부터 주목받고 있는 생성형 AI 덕분에 이 시스템을 구현하는데 필요한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수요를 견인하는 PC, 스마트폰과 서버를 가동하고 AI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시스템반도체뿐만 아니라 메모리반도체도 중요한 기능을 하는 부품으로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 점유율이 61.0%(OMDIA 2024)를 차지하는 한국은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HBM(High Bandwidth Memory (고대역폭 메모리))은 한국 기업이 세계 시장 수요의 90%(TrendForce 2024) 이상을 공급하고 있어 앞으로도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의 영향력이 쉽게 낮아지지는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자타공인 한국은 세계 메모리반도체의 주요 공급 국가이며 세계 시장에서 수요가 늘어나면 수출도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최대의 반도체 매가 클러스터 조성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글로벌 반도체 공급부족 현상을 경험한 주요국이 최근 추진하는 정책은 한국의 반도체산업에 위협적인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의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은 반도체 생산 공정에서 경제성과 효율성을 추구하기 위해 각 국가들의 핵심역량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긴 시간에 걸쳐 구축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경제성과 효율성보다는 공급망 안정과 경제 안보를 추구하고 해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국 내에 반도체 생산 공장을 적극적으로 유치함에 따라 기존의 공급망이 재편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이 가속화된다면 한국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외부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 정부는 지난 2024년 1월 민생토론회에서 “세계 최대·최고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방안을 발표했다.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는 경기 남부의 반도체 기업과 관련 기관이 밀집한 지역 일대를 의미한다. 메가 클러스터는 2,102만m2 면적에 ’30년 기준 월 770만장의 웨이퍼를 생산하는 것으로 예상하는 등 세계 최대규모를 지향하고 있다. 이는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술력뿐만 아니라 규모의 경제효과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어 한국 정부는 지난 5월에 “반도체 생태계 종합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반도체 생태계 전반에 대해 26조원 규모의 추가적인 반도체 종합(다양한 세제·금융·재정)지원 방안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한국으로 모이는 글로벌 반도체 소·부·장 기업
한국 정부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과 생태계 강화 지원이 확대되면서 글로벌 소부장 기업의 한국 진출도 늘어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장비 기업 램리서치는 지난해 말 경기도 용인에 있는 반도체 연구개발(R&D) 시설을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며, 네덜란드의 장비업체 ASML은 올해 초 한국에 차세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와 관련한 연구개발(R&D) 시설 건립을 위해 경기도 화성지역에 부지를 사들였다. 일본 1위 반도체 장비 기업인 도쿄일렉트론(TEL)은 2026년 가동을 목표로 경기도 용인에 네 번째 연구개발(R&D) 센터를 짓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반도체 제조 장비 기업의 한국 진출은 확대는 국내 반도체산업 생태계를 강화하고 경쟁력 유지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림 2. 최근 국가별 반도체 제조 장비 시장 규모
* 자료 : SEMI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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